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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이야기7

관리자 2020.10.07 16:01 조회 수 : 101

* 상담이야기 7 *

평택외국인복지센터 베트남 상담통역사 꾸엔 씨의 상담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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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평택외국인복지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베트남 상담통역사 입니다. 제가 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동안 많은 베트남 사람들을 상담했지만 1년이 넘도록 월급을 못 받고 센터를 찾아 온 분은 처음이었습니다.
오늘은 이 분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베트남 사람 A씨는 친동생의 초청으로 동생의 출산과 육아를 도와주러 한국에 처음 왔다가 조카가 어린이집을 다닐 나이가 되자 베트남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러나 베트남에 있는 가족들이 생각나면서 돈을 조금이라도 벌고 싶어 일을 찾기 시작했고, 2018년부터 당진에 있는 식당에서 근무를 했습니다. 사실 이 분은 방문동거인 F-1비자라 일하는 것은 불법이었지만, 식당에서 먹고 자며 하루 종일 일을 했습니다. 사장님은 가족처럼 다정하게 A씨를 대해 주었고, 결국은 몇 달만 일하고 돌아가려고 했던 계획을 바꾸어서 계속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사장님은 처음 몇 달은 월급을 잘 주셨습니다. 그러나 곧 월급이 밀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사장님은 자신의 사정이 어려워서 그렇다며 다음 달에는 월급을 준다고 약속하였습니다. 하지만 다음 달에도 다시 월급을 미뤘습니다. 그렇게 한 달 또 한 달 계속 월급이 밀려 1년의 월급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사장님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식당에서 열심히 일만 했습니다. 그러다가 체류기간이 끝났고 베트남에 돌아가야 할 날이 왔습니다.
그런데도 월급을 받지 못해 일을 그만두었고 돌아갈 준비를 하며 센터에 상담을 하러 왔습니다.
제가 사장님께 전화를 하니 사장님은 사정이 너무 어렵다며 매달 100만원씩을 보내주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A씨에게 사장님의 말을 그대로 전하고 노동부 진정에 대해서도 알려주었습니다. 일을 하지 못하는 비자라도 월급을 받지 못하면 노동부에 진정을 할 수 있다는 것과 진정 이후의 진행 절차에 대해서도 알려주었습니다. 하지만 A씨는 사장님 약속을 믿는다며 진정하지 않고 기다리겠다고 하였습니다.
그 후, A씨는 베트남으로 돌아갔지만 사장님은 두 달이 지나도록 약속한 돈을 보내주지 않았습니다. 제가 사장님에게 다시 전화했지만 사장님은 힘들어서 밀린 월급을 줄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제서야 A씨는 사장님을 노동청에 신고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1년이 넘게 못 받은 월급도 월급이지만, 그토록 믿었던 사장님에 대한 배신감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한국에 다시 와서 사장님을 직접 만나고 싶어 했지만 현재는 코로나19 때문에 비자를 받기 어려워 베트남에서 애만 태우고 있습니다.

“요즘 세상에 누가 월급도 안 받고 일을 하냐?”
“한 달만 밀려도 회사 그만둔다고 한다.”
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지금도 센터에는 몇 달 동안 월급을 못 받은 노동자들이 상담을 하러 옵니다. 노동자들은 월급을 못 받아서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지 못했다며 대출금도 갚아야 하고 매 달 생활비에 아이들 학비도 내야 한다고 걱정을 합니다.
회사에서는 회사대로 코로나19로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십니다. 물론 사장님께서도 힘들다는 것을 이해합니다. 그러나 한 달 벌어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야 하는 노동자들도 매우 어렵습니다. 이러한 노동자들의 사정도 이해를 해주시고 회사가 정말 어려워 임금이 밀리면 노동자가 다른 회사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E-9 비자인 노동자들에게는 사업장변경 사인을 해 주시고, 다른 비자의 노동자들에게는 회사의 사정을 얘기하고 본인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외국인노동자들도 월급이 밀리면 사장님에게 다른 사업장으로 이동을 요청하거나 가까운 센터에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체불임금의 금액이 너무 크면 받기도 힘들고 회사가 문을 닫아버리면 노동부를 거쳐 법원까지 가는데 긴 시간이 걸려 체불임금을 다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A씨가 바보라고 합니다.
1년이 넘도록 돈을 안 받고 일을 한 A씨도 잘못했다고 합니다.
처음 월급이 밀리기 시작하고 두 세 달이 지난 후, 한국인 매부를 비롯해 모든 사람들이 일을 그만두라고 했지만, 오히려 사장님은 나쁜 사람이 아니라며 가족들과 싸우기까지 했던 A씨는 바보일지도 모릅니다.
사람을 믿은 것이 바보라고, 잘못이라고 하는 세상이라면 말입니다.

어쩌면, 코로나19가 끝나면, A씨는 동생의 초청으로 한국에 다시 올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때 A씨가 사장님을 찾아갈지, 노동부에 진정을 할지, 어떻게 할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 A씨 본인도 모를 듯합니다.
다만, 그 때까지 사장님을 믿은 마음의 상처가 조금이라도 아물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