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평택외국인복지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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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담 이야기 1 *
 
센터의 상담통역사 선생님들이 매일매일 상담을 하며 있었던 여러 사례들을 올리려고 합니다.
오늘은 첫 번째, 중국어 상담통역사 이효정 선생님의 상담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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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평택외국인복지센터 중국어 상담사입니다.
세상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삶의 모습은 너무나 많이 변했고, 그건 센터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일 아침, 소독과 열 체크로 하루를 시작하고, 센터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도
“어서오세요.”
라고 반기는 대신,
“잠깐만요, 열 좀 잴 게요. 여기에 이름, 전화번호 적어 주세요.”
라며 문 앞에서 줄을 세웁니다. 코로나19는 사람과 사람의 사이를 떨어뜨리게 하는, 아주 못된 바이러스라는 생각이 듭니다.
더불어 센터에 요청하는 상담통역 내용도 예년과는 다른 것들이 많아졌는데, 그 중 하나가 해외입국자들의 자가격리 통역입니다.
해외입국자들은 한국에 입국함과 동시에 2주간의 자가격리가 시작됩니다.
자가격리자는 알아야 할 사항도 너무 많은데,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인들이 있기 때문에 보건소에서 센터로 통역을 요청합니다.
언어가 통하거나(외국에도 사투리가 있답니다.) 젊은 분들은 그래도 수월하게 진행이 되지만,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1. 인적사항 : 전화번호 / 주소
2. 코로나 검사 여부와 검사 날 정하기
3. 격리기간 외출 금지 및 격리 규칙 등
4. 격리장소 및 격리 환경 체크
5. 격리안내 격리 앱 사용 방법 및 열 체크 업로드방법
보건소 담당 선생님들은 전화 마무리에는 꼭
“담당자님께서 중국어로 번역된 자가격리 규칙과 앱 사용 방법이 기재되어 있는 서류를 드리겠지만 모국어로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라고 항상 당부를 하십니다.
저 또한 중국어로 열심히,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해 전달합니다.
“안녕하세요. 중국어 상담통역사입니다. “
“네, 안녕하세요. 다행이네요. 중국어 하시는 분이 있어서요”
통역하며 느끼지만 특히 자가격리자들은 모국어를 할 줄 아는 통역사가 있다는 자체로 큰 위안을 받는 듯합니다.
“ 혹시 주소가 xxx 맞으신가요?
“ 아니요, ○○○ 입니다. “
큰일입니다. 주소가 달랐습니다. 당황했지만 정확한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서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도로명 주소와 구 주소의 차이였고, 결국은 같은 장소였습니다.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릅니다.
“성함이랑 생년월일은 맞으신가요?”
“네, 맞습니다. “
“혹시 어플 다운로드 하셨나요? 사용방법은 아시나요?”
“다운로드는 했지만 사용법은 잘 몰라요. 그리고 이탈 확인하라는 문자가 뜨네요. 저는 이탈한적 없는데 말이죠.”
라고 속상해하며 하소연을 하기도 합니다.
자가격리 앱은 사용법을 아시는 분도 있지만  모르는 분들이 대다수여서 미리 센터에서 번역하고 숙지한 앱 사용 설명서를 하나하나 순서대로 안내합니다.
이럴 때면, 센터의 상담통역사로써 미리미리 내용을 공부하고, 준비를 한 것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자가격리자와의 상담통역에서 제일 많이 발생한 문제는 격리자가 격리 위치를 벗어났다는 경고음이 뜨는 것이었습니다. 보건소의 연락을 받고 깜짝 놀라 격리자와 연결해 보면 이탈한 적이 없다고 하는데도 말입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절대 한 번도 나가지 않았다고 몹시 억울해 하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그런 문제가 발생하면, 보건소와 저희는 여러 방법을 동원하여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합니다. 설치된 앱에 이상이 있는지, 휴대폰 자체에 문제가 생겼는지 하나하나 체크하면서 자가격리 앱을 다시 설치해보라고 안내하기도 하고, 휴대폰을 껐다 켜라고 안내하기도 합니다.
자가격리자와의 통역은 솔직히 다른 통역보다 훨씬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이 듭니다.
설명해야 할 것들도 많고, 당부해야 할 것들도 많은데, 모든 걸 전화통역으로만 해야 하니 답답할 때도 많습니다. 게다가 혹시라도 통역을 제대로 못하면 많은 사람들이 큰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자가격리자들에게
“다행이에요. 대화 가능한 분이 있어서요”
라는 말을 들으면, 작은 도움이라도 되어 다행이라는 마음이 듭니다.
자가격리자와의 상담통역은 항상 두 가지 당부로 끝이 납니다.
힘들겠지만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해 2주간의 자가격리 기간을 반드시 지켜달라는 것과 센터의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혹시 작은 문제라도 생기면 바로 센터로 전화를 해서 확인하고 문의하라는 안내입니다.
상담통역사는 언어도 잘 전달해야 하지만, 중요한 것을 제대로 짚어주고, 문제가 생기면 같이 해결도 해야 하고, 더불어 상대방의 감정도 살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느낍니다.
의사들은 환자가 퇴원을 할 때면, 다시는 보지 말자고 인사를 한다고 합니다.
저도 자가격리자들이 격리기간을 무사히 탈 없이 보내고, 격리가 해제되어 다시는 통화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 하루빨리 코로나19가 끝나서 모두 웃는 얼굴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